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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남자 이야기

한범희 | 유페이퍼 | 2,000원 구매
0 0 187 2 0 24 2022-09-09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만 바라보고 있어. 강 건넛산들이 출렁거리며 겹겹이 에워싸고 몰려오고 있어. 갑갑해. 온몸이 나른해. 내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야. 참 힘든 한 주였어. 직장에서 존경까진 바라지도 않아. 내가 알면 직장 내 다 아는 얘기지. 한마디로 정보의 끝판이야. 늙는다는 것은 밀려나는 거야. 용기는 줄고 지갑은 얇아지는 거지. 하지만 비극은 그래도 계속 직장에 나가야 한다는 거야. 왜냐면 늙은 남자들은 한 가정의 용병이니까 말이야. 계약해지 없는 거의 노예 수준의 용병이랄까? 순간 앞이 뿌옇게 흐려지며 심연처럼 고요해진다. (본문 중 일부)

돌아갑니다

한범희 | 유페이퍼 | 1,500원 구매
0 0 166 2 0 23 2022-06-04
젊은 시절 오지의 산을 좋아했었다. 오지를 헤매다 찾은 곳이 여기였다. 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산의 정상에서 북사면으로 오로지 한 길만이 희미하게 이어져 있었다. 나는 돌연 길이 없는 남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무엇에 홀리듯이 말이다.

달을 베었다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110 2 0 18 2022-08-22
이 이야기의 모티브는 실제 회사 내 이동 결정 과정에 합법적 방법을 가장한 야만적 행태를 보고서 의인화하여 쓴 글입니다. 그들은 무리 중에 누군갈 배제하며 성장의 추동력을 얻는 것이다. 그것이 심판을 자처한 사쿠라 돼지가 성장해 온 배경이며 그들 리그의 원칙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누굴 선택하고 누굴 배제하여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가는 본능적 판단일 뿐이다. 미래의 자기 세력을 확보하는 하나의 수단이 작동되고 있을 뿐이다. 쉽게 말해 자기 편을 만들어 밀어주고 당겨주며 먹이를 많이 먹고 돼지 사회의 미덕인 뚱뚱해지자는 얘기다. 「글 중에서 일부」

TAMRA

한범희 | 유페이퍼 | 1,500원 구매
1 0 196 8 0 25 2022-07-08
떠났다. 잠시 시름을 잊고 싶었다. 다 타버린 듯한 날 위로하기 위해 제주 바닷가를 거닐며 단상을 기록해 본다.

소년 돌아오다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118 2 0 19 2022-05-23
노인이 문을 열고 비닐하우스 바깥에 놓인 의자의 눈을 쓸어내고 앉았다. 저 멀리 눈에 덮인 산의 능선들이 하얀 파도처럼 달려왔다. 밤새 눈이 참 많이도 내렸다. 온통 눈의 나라였다. 새도 날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고 눈 위로는 오직 햇살만 하얗게 내렸다. 노인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JO를 위하여

한범희 | 유페이퍼 | 5,000원 구매
0 0 180 77 0 12 2022-05-28
‘붉은 벼랑 끝/매달린 석양으로/돌진하는 한 마리 멧돼지 같은/그녀의 사랑은 폭풍처럼 그렇게 왔다’에서 보듯「저돌성」에서 내면의 감성과 의지를 과장하지 않고 드러낸다. 현대시에 와서 추상적 기호들로 언어적 인습을 거부하려는 시도들이 일어났다.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의 에너지는 ‘당신과 동행한 길은/회한과 눈물을 엮어서/두 허리에 동여매고/바람처럼 달려온 세월이었소/머리터럭 희어지고 나서/당신만 생각하면 가슴이 멥니다/애절한 사연들 가슴에 묻고/늘 웃어만 주는 당신/그래서 더욱 눈물이 납니다’ 로 표현되는「당신」과 같은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사라진 하얀 멧돼지

한범희 | 유페이퍼 | 3,000원 구매
0 0 214 2 0 9 2022-06-01
남한강은 영월의 동강과 서강을 아우르며 굽이쳐 흐른다. 평화롭게 흐르던 강물이 갑자기 크게 휘돈다. 휘돌던 강물은 소백산의 한줄기를 뚝 끊어버렸다. 이렇게 산줄기와 강물이 만난 곳에 까마득한 절벽이 만들어졌다. 이 절벽의 산을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성산이라 불렀다.

비나리 여인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 100원 1일대여
0 0 115 9 0 17 2022-05-25
바람은 길에서 잠들지 않는다 너는 추억 속으로 떠나 버리고 나는 세월 속에서 비틀거린다 지난날 돌아보니 어제 같은데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었나 그래도 가야지 오늘도 내일도 바람은 길에서 잠들지 않는다

연개소문을 만나다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 100원 1일대여
1 0 251 2 0 29 2022-05-21
책장에서 먼지 쌓인 책을 정리하다가 역사책 하나를 잡았다. 첫 장을 여는 순간 먼지가 파르르 날렸다. 책의 글자들이 한 올 한 올 일어서더니, 먼지를 털어내며 공중으로 날아갔다. 날아간 글자들이 다시 뭉쳐 철갑옷에 다섯 자루의 칼을 찬 장군으로 되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맛있는 내 인생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 100원 1일대여
2 0 356 3 0 89 2022-05-18
할아버지께서는 평소에 말씀을 많이 하신다.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많이 하려고 노력하신다. 내가 심심할까 봐 그러는 것 같다. 할아버지께서 두릅을 살짝 데치고 나서 삼겹살을 몇 점 구우셨다. 기름이 자작거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코끝을 스치는 냄새와 더불어 기분까지 좋아진다. 어느새 두릅과 삼겹살, 맵지 않게 만든 고추장 특제 소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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