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8

금굴과 대화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147 2 0 21 2022-10-06
내 방에서는 남한강 건너 금굴이 보인다. 그 금굴은 늘 이야기를 걸어오는데 나는 그 얘기를 알아듣질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날과 다름없이 북쪽을 향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창밖으로 보이는 강 건너 금굴을 마주하며 새벽을 열고 있었다. 그런데 시커먼 금굴의 입에서 전음이 들려오는 게 아닌가? 금굴과 마주한 지 10년을 목전에 두고서 말이다. (본문 중 일부)

두 가지 이야기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237 3 0 22 2022-10-05
두 편의 짧은 이야기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1. 연어 돌아오다 회귀 본능을 가진 연어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 북태평양을 뒤로하고 자신의 고향인 강으로 돌아온다. 우리 아빠에게 봉화는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오듯 회귀 본능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본문 중 일부) 2. 인디언 텐트 가족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엔 매년 반복되는 겨울 풍경 하나가 있습니다. 화단에 놓인 화분을 한곳으로 옹기종기 모으는 것이 제일 먼저이지요. (본문 중 일부)

멸종 위기 동물에 관한 보고서

한범희 | 유페이퍼 | 1,500원 구매
0 0 238 2 0 21 2022-09-14
나는 녀석을 기억할 의무가 있다. 그 녀석도 한때는 우리와 함께 있었다. 우리는 우리 속에서 누군가를 배제하며 추동력을 얻어 전진한다. 언젠가 그 추동력이 소진되면 우리는 또 누군가를 배제할 것이다. 그래서 그 녀석을 기억해야 한다. 소심한 사람이 살아보려 발버둥 치다 사라져간 것을 혹자는 패배자라고들 말하지만 말이다. 신록이 아름답다. 강은 말없이 오늘도 흐른다, 모든 게 다 제자리에 있는 듯한데 녀석만 증발하듯 사라졌다. 누구도 그가 사라졌는지 모른다. (본문 중 일부)

비박 도사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1 0 392 2 0 18 2022-09-13
오늘도 비박을 검색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비박’은 이렇게 설명되어 있다. “Biwak(비박)(독일어)” “우리말로는 한뎃잠 또는 한둔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라고. 비박은 내 버킷리스트 중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올해도 석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통 기회가 오지 않는다. 엄마 아빠는 산악활동에 전혀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마땅히 주변에 이런 활동에 도움을 줄 사람도 없다. 간절히 꿈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본문 중 일부)

혼자 밥 먹는 아빠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1 0 243 2 0 27 2022-09-12
어느 순간부터 아빠는 혼자 밥 먹게 되었다. 내가 크면서 학원에서 늦게 오고, 엄마는 야근하시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제일 먼저 돌아온 아빠는 혼자 밥을 먹게 되었다. 아빠는 요즘 남자로 살려면 징징대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일터에서도 아빠는 또래가 없어 혼자 밥 먹는 데 익숙하답니다. 오히려 그 시간만큼은 참 조용한 아빠의 시간이랍니다. (본문 중 일부)

늙은 남자 이야기

한범희 | 유페이퍼 | 2,000원 구매
0 0 231 2 0 24 2022-09-09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만 바라보고 있어. 강 건넛산들이 출렁거리며 겹겹이 에워싸고 몰려오고 있어. 갑갑해. 온몸이 나른해. 내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야. 참 힘든 한 주였어. 직장에서 존경까진 바라지도 않아. 내가 알면 직장 내 다 아는 얘기지. 한마디로 정보의 끝판이야. 늙는다는 것은 밀려나는 거야. 용기는 줄고 지갑은 얇아지는 거지. 하지만 비극은 그래도 계속 직장에 나가야 한다는 거야. 왜냐면 늙은 남자들은 한 가정의 용병이니까 말이야. 계약해지 없는 거의 노예 수준의 용병이랄까? 순간 앞이 뿌옇게 흐려지며 심연처럼 고요해진다. (본문 중 일부)

돌아갑니다

한범희 | 유페이퍼 | 1,500원 구매
0 0 204 2 0 24 2022-06-04
젊은 시절 오지의 산을 좋아했었다. 오지를 헤매다 찾은 곳이 여기였다. 산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산의 정상에서 북사면으로 오로지 한 길만이 희미하게 이어져 있었다. 나는 돌연 길이 없는 남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무엇에 홀리듯이 말이다.

달을 베었다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150 2 0 18 2022-08-22
이 이야기의 모티브는 실제 회사 내 이동 결정 과정에 합법적 방법을 가장한 야만적 행태를 보고서 의인화하여 쓴 글입니다. 그들은 무리 중에 누군갈 배제하며 성장의 추동력을 얻는 것이다. 그것이 심판을 자처한 사쿠라 돼지가 성장해 온 배경이며 그들 리그의 원칙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누굴 선택하고 누굴 배제하여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가는 본능적 판단일 뿐이다. 미래의 자기 세력을 확보하는 하나의 수단이 작동되고 있을 뿐이다. 쉽게 말해 자기 편을 만들어 밀어주고 당겨주며 먹이를 많이 먹고 돼지 사회의 미덕인 뚱뚱해지자는 얘기다. 「글 중에서 일부」

TAMRA

한범희 | 유페이퍼 | 1,500원 구매
1 0 240 8 0 25 2022-07-08
떠났다. 잠시 시름을 잊고 싶었다. 다 타버린 듯한 날 위로하기 위해 제주 바닷가를 거닐며 단상을 기록해 본다.

소년 돌아오다

한범희 | 유페이퍼 | 1,000원 구매
0 0 171 2 0 25 2022-05-23
노인이 문을 열고 비닐하우스 바깥에 놓인 의자의 눈을 쓸어내고 앉았다. 저 멀리 눈에 덮인 산의 능선들이 하얀 파도처럼 달려왔다. 밤새 눈이 참 많이도 내렸다. 온통 눈의 나라였다. 새도 날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고 눈 위로는 오직 햇살만 하얗게 내렸다. 노인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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